슈뢰딩거의 고등어
햄스터 유선 종양 수술 후기 본문
우리 도비는 2020.09에 입양을 해와서 정확한 출생일자는 모르지만 얼추 2년 3개월 산 햄스터로 고령햄이다.
처음 데려왔을 때도 좀 애기 햄스터치고는 큰 편이었다.
이제 도비가 나이가 많이 들고 해서 핸들링을 자꾸 하면 스트레스받을까 봐 요즘 핸들링을 자제하고, 청소도 일부 베딩만 바꿔주고 그랬는데...
오랜만에 케이지 전체 청소를 하려고 도비를 들어서 봤는데 배가 뭔가 볼록한 거 같아서, 도비가... 수컷이었나...? 하고 배 상태를 봤는데... 배 상태가 심각했다...
다음날이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내일 병원 가야겠다. 하고 출근을 일단 했는데, 자꾸 도비가 그 사이 어떻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자고 있던 친구를 깨워서 도비 데리고 병원에 대신 가달라고 부탁했다.
도비를 입양할 때도 같이 가준 친구고, 그 친구도 햄스터를 키워본 적이 있기 때문에 선뜻 택시 타고 병원까지 빠르게 갔다 와줬다.ㅠㅠ
어린 햄이라면 빠르게 수술해주세요! 하고 결정을 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 도비는 고령 햄이라 큰 수술을 잘 버텨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수의사 선생님도 선뜻 수술을 권하지는 않으셨다.
하지만 나이에 비해 활발하고, 쳇바퀴도 잘 타고 식욕도 여전한 도비였기 때문에 수술을 이겨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수술을 결정했다.
검진을 받고 다음날 바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는데, 수술일이 토요일이라서 엄청 병원이 바빴는데도 점심시간에 수술을 해주신 의사 선생님 무한 감사...ㅠㅠㅠㅠ
수술 전 날 도비의 건강상태를 듣고 밤새 걱정이 많았다. 내 욕심으로 괜히 수술을 강행해서 도비에게 안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닐지...
좀 더 빨리 상태를 발견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수술 날 아침 푹 자고 있는 도비를 이동장에 옮긴 후, 놀라지 않도록 톱밥이랑 좋아하는 간식을 넣어주고, 담요로 이동장을 싼 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우리 집이랑 햄스터를 봐주는 동물병원이 멀지 않은 편이라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계속 도비를 봐주던 어울림 동물병원으로 갔는데, 알고 보니 여기가 햄스터 치료해주는 병원 중 제일 좋다고 소문난 곳이었음.
우리 도비... 햄스터계의 권위자가 주치의였던 햄스터...
여기 ㄹㅇ 최고임... 내가 2n 년 살면서 만나온 모든 의사+수의사 중 최고 존경함.
완전 꼼꼼하시고, 동물 사랑하시고, 햄스터 핸들링 진짜 프로... 나도 도비 배 못 만지는데 이 선생님은 쓕쓕 만지심.
여기가 집이랑 가깝다니 진짜 나는 축복받은 햄 집사...
택시기사님이 도비 수술 잘하라고 응원도 해주시고 병원 바로 앞에 내려다 주셨다.
카카오 택시 평점 별점 5점. 다시 매칭 원한다고 후기 남김.
그리고 도비 접수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다행히 엄청 대기환자가 많지 않았다.
앞에 햄스터 한 마리, 도마뱀 한마리 순서 다음에 우리 도비 순서였다.
도비 몸무게를 먼저 쟀는데, 어제 수술 전날이니까 든든하게 먹으라고 간식을 좀 많이 줬는데 하룻밤 사이에 몸무게가 늘었다...ㅎㅎ
수의사 선생님께서 도비 상태를 보려고, 배를 만지고 뒤집고 하셨는데, 도비가 겁을 먹었는지 볼주머니에 숨겨뒀던 간식들을 다 뱉어냈다...
그런 모습은 처음 봐서 놀랐고 너무나 미안했다...ㅠㅠ
도비가 나이가 있고 종양이 큰 편이었기 때문에 보통 햄스터 종양 제거 수술보다 비용이 좀 더 들었다.
수술 중에 도비가 잘못될 경우, 비용의 반만 청구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보통 그런 말은 안 하신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잘 참고 있었는데 울컥 눈물이 나버렸다. 도비를 맡기고 병원을 떠나는데 또 찔찔 울어버렸다.
처음부터 도비가 내 돈 다 쓸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줬으면 했기 때문에 수술 비용은 나는 상관이 없었는데, 학생이거나 수입이 없었다면 부담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같이 와준 친구랑 점심을 먹고, 병원에서 수술 결과만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도비를 맡긴 지 한 시간 뒤에 전화가 왔다. 도비 수술 결과 성공적이라고 하셔서 진짜 다행이었다....ㅠㅠ 세시 즈음에 도비 데리러 오면 된다고 하셔서 시간만 가기를 기다렸다.
우리 도비 잘 치료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마카롱이나 뭐라도 병원에 사가고 싶었는데 비가 와서 들고 갈 수가 없었담...
일주일 뒤에 또 가야 하니까 그때나 사가야겠담^^!!
세시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두시 사십 분에 병원에 달려가서 기다려버렸다ㅎㅎ
나랑 친구는 도비가 회복실에서 누워있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우리 도비... 어찌나 건강한지... 회복실? 회복 박스? 에서 열심히 폴짝거리더라...ㅎㅎ;; 진짜 다행이었다ㅠㅠ
자기 머리만 한 종양을 떼어낸 용감 멋쟁이.. 도비...
수의사 선생님께서도 도비는 좀 대단한 애인 것 같아요~라고 해주셨다.
회복실에서는 난리던 도비를 이동장에 딱 넣었더니 자기 집인 줄 알았는지 베딩 속을 파고들더니 얌전하게 잠들었다.
도비가 살짝 백내장이 있다고 하셔서, 원래도 잘 안 켜던 방 불을 앞으로는 더 안 킬 예정이다.
자궁 쪽도 좀 안 좋아 보이는데, 이건 종양 수술하면서 같이 진행할 수는 없다고 하셔서 약물로 치료하면서 상태를 보기로 했다.
안 그래도 조그만 햄스터 배에 수술 자국이 있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고, 수의사 선생님 진짜.. 금손... 프라모델 같은 거 잘하실 듯... bb
앞으로 도비는 일주일간 하루에 2번씩 약 먹고, 소독하고, 쳇바퀴 금 지고 수술 실밥 뜯지 않도록 관찰당하면 된다!
실밥 뜯을까 봐 자꾸 케이지를 들여다보게 되는데, 내가 케이지를 들여다보면 간식 주는 줄 알고, 자꾸 나오려고 빨빨거린다...
그리고, 햄스터는 약을 주사기로 먹게 되는데, 우리 도비는 주사기를 입에 잘 대지 않아서, 약이랑 소량의 인트라젠이랑 물을 섞어서 손가락 위에 올려서 준다. 그럼 할짝거리면서 잘 먹는다.
혹시나 영양제랑 같이 먹으면 안 좋은 거 아닌가 싶어서 의사 선생님한테 물어봤는데, 먹기만 하면 된다고 상관없다고 하셨다. 주사기로 약 먹이기 힘들면 잘 먹는 가루 간식이나 영양제랑 섞어서 주면 될 듯하다.
그리고 소독은 배 까는 거 싫어하고 만지는 건 더 싫어하는 도비 녀석 그 얇은 화장솜에 소독약 묻혀서 간식에 정신 팔렸을 때 배 밑으로 화장솜을 쏙 넣어서 몇 번 톡톡해주고 있다.
그리고 뒤집는 거 싫어하니까 실밥 멀쩡한지 확인하기가 어려운데, 투명한 이동장에 넣어서 밑에서 올려다보면서 관찰하고 있다.
도비는 싫어하는 거 같긴 하지만... 어쩌겠나...;;
그래도 수술 영향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주제에 폴짝거리고 자꾸 탈출할라 하는 게 어이없으면서도 기특하다.
앞으로도 약 잘 먹고 회복 잘해서 오래오래 살아줬으면 좋겠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Firebase] Cloud Firestore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클라이언트 액세스가 만료되었습니다 (0) | 2023.06.24 |
---|---|
부주상골증후군 수술(3주째) (0) | 2022.06.22 |
부주상골증후군 수술 (16일) (0) | 2022.06.17 |
부주상골증후군 수술(2주) (0) | 2022.06.15 |
부주상골증후군 수술(D-day) (0) | 2022.06.03 |